고사 명언

장머비-안드레아님의 보배주신글

dansseam 2006. 7. 8. 21:25
 

T.평화와 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부산을 뜨는 이유는

창문을 두드리는 장한 비소리 때문만은 아닐것입니다.

몇 일간의 부산한 일정을 소화한 장한 내 몸의 일부를 위해

아침부터 쌀을 씻고 냉장고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건성건성으로 성무일도를 올리고

방바닥에 누워 창 밖을 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창문은

푸르른 하늘보다는 밀린 공과금 영수증을 생각케 합니다.

쓸데없이 알뜰한 나는 어딘가에 둔 10원짜리 동전들을 찿아

전기세 마지막 잔돈을 맞추어 봅니다.

아!

삶이란 이런 것인가?



이런 삶안에도 가난한 시인의 시 한구절과 서평이

나의 부루조아적인 삶 안에서 한 줌 행복도 때로는

수많은 이웃의 아픔을 바탕으로 했을지 모름에

조심이 되는 아침 입니다.


P.S.

박영희 시인의 시와 서평을 붙입니다.

비가와서 조금을 축축한 느낌도 있지만

비구름뒤의 푸른 하늘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시길...



 無逸堂 안드레아 배



아내의 브래지어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 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 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 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 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 세우고자 애 썼을

아내 생각 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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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로 한다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에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잇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팽이는 서고 싶다



책 소개


 북한을 다녀온 후 7년 동안 옥중생활을 했던 시인 박영희의 새 시집이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소중한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틋한 정이 시집 전반에 애절하게 녹아 있다. 또한 7년 동안의 옥중생활을 접고 다시 현실생활로 돌아와서 담담하게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오랜 영어(囹圄)의 생활을 끝내고 시단에 돌아온 박영희(朴永熙) 시인이 새 시집을 묶었다. 박영희 시인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광부들의 고난을 담아낼 작품을 구상한 후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었다(1991년 10월). 며칠동안의 외유로 그는 7년 가까운 옥중생활을 치러야만 했다.

이 시집엔 그가 현실생활로 돌아와서 담담하게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아내의 브래지어"는 현재 시인이 거주하는 대구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킨 작품. "누구나 한번쯤/브래지어 호크를 풀어보았겠지"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아내를 위한 헌시(獻詩)다. 아내의 "브래지어를 빨아본 사람/몇이나 될까" 할 때 눈물이 떨어지는 까닭은, 그가 광산촌 사북에 살 때의 꿈, 광부들에 대한 시적 책무 때문이었다. 그는 한편의 장편시를 쓰기 위해 치른 7년간의 결손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어느날 옥독(獄毒)으로 몸이 불편한 그를 두고 아내가 출근한 아침, 우연히 빨랫거리가 있는 것을 보고 뒤적이다가 아내의 브래지어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는 아내의 브래지어에 "피죤 두 방울"을 떨어뜨리고 처음으로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다. 그는 저 멀고 깊은 사북,고한 광산촌에서 자신과 처음 사랑을 시작하던 그녀를 기억했을 것이다.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가"

시인은 회한 속에서도 엄청난 고통을 가져온 꿈을 접지 않고 다시 징용광부들의 현장을 찾아 곧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다. 그는 최소한 이땅의 한 시인으로서 그들의 삶과 고통을 구현하고 싶어한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양심이라고 말해왔다. 박영희 시인의 시가 다소 거칠더라도 불행한 시대의 인간군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탐구는 식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완성될 것이다.

이하석 시인은 발문에서 그를 가리켜 "늘 걷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언제나 밖으로 떠돌고 있는 것은 안에 있는 중심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그 "안"을 확실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영희가 걷는 사람이다"란 말은, 그가 세상일을 온몸으로 따지는 사람이며, 그만큼 열심히 세상일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시인은 "성묘"에서 어머니를 그리며 독백한다. "찾아오기만 하면 언제고 당신은/밤하늘의 별처럼 한곳에 붙박여 계시건만/못난 저만 바람처럼 떠돌았던 모양입니다". 어머니도 아내처럼 그의 한 중심이다. 그는 많은 중심을 향하고 있다.

광산촌으로 가는 길에서 "펼치면/파아란 선 하나 그릴 수 있고/둥그런 원 하나 그릴 수 있는("북두칠성")" "북두칠성"을 바라보는 그의 시적 갈구는 절실하다. 이는 모두 자신의 중심과 타자들의 중심이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꿈 때문이다. 꿈을 지니기 위해 그는 이 시집을 들고 "팽이는 서고 싶다"고 적요한 시단을 향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소개


 박영희

1962년 전남 무안 출생. 문학 무크 '민의'에「남악리」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조카의 하늘」「해 뜨는 검은 땅」, 서간집「영희가 서로에게」가 있다.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다른 모든 이들에 대한

우리의 필요와

그들을 섬겨야하는

우리의 의무를 자각하는데 있다.


(토마스 머턴의 "삶과 거룩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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