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sseam
2006. 9. 21. 22:17
청룡사
어린시절 한 때 살았던 진해의 외가집 마루에서 바라보던
이름 모를 앞산 중턱에 위치한 조용한 암자,
그 밑으론 풍부한 수량의 계곡이 있었다.
일년의 몇 번 쯤은 우리 가족은 성묘를 핑계 삼아 소풍을 가곤했다.
그날 하루 쯤은 아버님은 세상사 힘든 짐을 흐르는 냇물에 내려 놓으며
그 생활에 어울리지 않았던 야시카 사진기로 당신과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갈 우리 형제들에게
몇 장의 사진을 가난한 당신의 유산으로 남겨 주셨다.
오늘
그 빛 바랜 어린 사진의 얼굴에서 현재 내 얼굴에서 잃어버린 미소를 발견했다.
"삶이란 그렇게도 어렵고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님을,
이생의 삶은 어찌보면 소풍놀이 나온 것이고,
돌아갈 그 어떤 곳이 있음이 있는 자가 갖는
여유로운 모습이 어떠해야 함을 그 미소에서 본다.
오늘 씨 도둑질은 못한다는 말 처럼 닮은 아들놈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무슨 유산을 남기고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칠지 생각해본다.
주님!
망부 이영철 요셉을 기억하시어
이 세상에서 갖지 못한 마음의 평화
당신 곁에서 누리는 은총 허락 하소서..
(9.21 無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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