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명언

斷想(금오산에서)

dansseam 2007. 2. 2. 08:19
큰 바위 얼굴을 하고 있는 금오산을 바라보며 생활하는, 
이제는 구미사람이 다 되어버린 나는 자주 금오산을 오른다.
특히 눈이 드문 이곳에서 한번 씩 산 정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으면
휴일이 기다려지면서 그때까지 모습이 변하지 않길 기다리곤 했는데...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술친구들도 버리고 호젓이 산행을 나섰다.
폭설과 혹한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포근한 날씨에 외투도 벗고 중턱에 왔는데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주변이 하얗다.
누구나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삶 만을 살고 있지 않듯이,
때로는 우연하게 오매불망하던 것을 만나기도한다.
그래도 하느님을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운이 좋았다는 말보다는,
이런 좋은 하루를 주신 그분의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복된 시간을 가졌다.
연초에 승급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나를 위로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은 이제까지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주셨으니 괜찮다고 말은 했었지만...
어제는 더 좋은 일이 있을려고 그러니 너무 개의치 말라는 아들의 편지를 받곤 
내가 이제 이정도의 위치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려오는 길,  에크하르트의 묵상집의 한 귀절이 생각났다.
현재의 응답에 만족하십시오.
그리고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그것이 하느님께서 당신을 위해 취하고 싶으셨던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하시고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1.30. 無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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